권오곤 유고전범재판소 재판관 “면죄부는 없다”

유럽/러시아 / 편집국 / 2016-03-25 17:29:08
스레브레니차 대학살 주범 카라지치 단죄<br />
1시간 동안 카라지치 죄목 상세 열거<br />
“반인륜 범죄에 대한 국제사회 의지 표명”
△ Radovan Karadzic Faces War Crimes Tribunal

(서울=포커스뉴스)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가 이슬람교도 대량 학살을 자행한 세르비아계 지도자 라도반 카라지치(71)에게 징역 40년형을 선고했다. 이번 판결을 주도한 재판장은 한국인 최초의 국제형사재판소 재판관인 권오곤 판사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1995년 스레브레니차에서 이슬람교도 8000명을 학살해 집단 매장한 주동자 카라지치를 ICTY가 단죄했다고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ICTY는 1991년 1월 1일 이후 구유고슬라비아 영토 안에서 발생한 대량학살과 반인륜 범죄에 책임이 있는 개인을 기소·처벌하기 위해 네덜란드 헤이그에 설립된 국제재판소다.

권 재판관은 2001년 11월부터 ICTY 판사에 임명됐다. 2008년부터 3년간 재판소 부소장을 역임한 권 재판관은 2006년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세르비아 전 대통령 재판에 배석한 재판관 3인 중 한 명이었다. 밀로셰비치 재판은 전쟁범죄를 저지른 국가원수를 사상 최초로 심판하는 자리였다.

‘발칸 도살자’로 불린 밀로셰비치는 1989년부터 8년간 세르비아 대통령을 맡았고 이어 2000년까지 유고연방 대통령을 맡아 잔혹한 학살을 부추긴 인물이다. 밀로셰비치는 10만 명이 숨진 보스니아 내전과 1만 명이 숨진 코소보 사태를 벌인 장본인이었다.

이번에 ICTY가 단죄한 카라지치는 밀로셰비치의 하수인이었다. 카라지치는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드라간 다비치라는 가명으로 신분세탁을 하고 대체의학과 심리치료를 하는 사설병원을 운영하다 수배 13년 만인 2008년 붙잡혔다.

밀로셰비치에 이어 카라지치를 법정에서 마주한 권 재판관은 1시간 넘게 심혈을 기울여 평결한 뒤 징역 40년형을 선고했다. ICTY 검찰은 2년 전 카라지치에게 16개 죄목을 들어 종신형을 구형했다. 그러나 ICTY는 1992년 벌어진 학살과 카라지치가 무관하다고 판단해 징역 40년형을 선고했다.

ICTY 재판부는 카라지치의 범죄 사실을 규명하기 위해 4년간 500일 넘게 공을 들였다. 카라지치는 결백을 증명하려 증인 238명을 동원했다. 카라지치는 분쟁은 이슬람교도들의 분리독립 요구를 막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주장했다.

권 재판장은 판결문에 명시한 카라지치의 잔혹 행위를 일일이 열거했다. 1시간 넘는 시간을 침착하고 냉정하게 판결문을 낭독했다. 권 재판장이 판결문을 낭독하는 동안 카라지치는 차렷 자세로 뻣뻣하게 서서 자신의 죄목을 곱씹었다.

카라지치의 수석 법률 고문인 미국인 변호사 피터 로빈슨은 “재판부 판결에 무척 실망했을 뿐만 아니라 경악했다”고 전했다. 이번 결과에 승복하지 않으면 카라지치는 30일 이내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참극의 현장에서 살아남은 이슬람교도와 남편이나 아들을 잃은 희생자 가족들은 종신형을 요구하고 있다. 스레브레니차 학살 당시 가족을 송두리째 떠나보낸 카다 호틱은 “보스니아에서 발생한 살인은 모두 카라지치 때문”이라며 카라지치에게 종신형을 선고해줄 것으로 요구했다.

자이드 라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카라지치가 기소된 지 21년이 지났다"며 "ICTY의 이번 판결은 반인륜 범죄자에 대해 절대 자비를 베풀지 않겠다는 국제사회의 의지”라고 평가했다.

2001년부터 15년 가까이 ICTY 판사로 활약한 권 재판관은 이달 말 퇴임을 앞두고 있다. 권 재판관은 "반인륜 범죄를 저지른 지도자는 절대 면죄부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며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극의 주범 역시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보스니아 세르비아계 지도자 라도반 카라지치가 ICTY 법정에 섰다. 권오곤 재판장의 판결문 낭독을 카라지치는 양 팔을 바싹 붙인 채 경청했다. 2016.03.25 ⓒ게티이미지/이매진스 둘째 줄 가운데가 권오곤 재판장이다. 권오곤 재판관은 대한민국 최초의 유엔국제재판관으로 15년간 ICTY에서 전범 심판을 맡아왔다. 한국에서는 22년간 법관 생활을 했다. 올해로 63세인 권 재판관은 이달 말 국제재판관 퇴임을 앞두고 있다. <사진출처=ICTY> 2016.03.25 손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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