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칼럼) 계층 이동 사다리 복원, 국가경쟁력 제고의 모멘텀 돼야

칼럼 / 편집국 / 2024-05-03 18:02:27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서울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 역임/
전, 소방준감, 서울소방제1방면지휘본부장, 종로·송파·관악·성북소방서장)
극심한 구조적 양극화로 경제의 선순환 구조가 깨진 경직된 우리 사회의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복원해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고 역동 경제 구현을 위한 ‘사회 이동성 개선방안’이 나왔다. 부모의 경제력 격차가 자녀의 학력 격차로 이어지고 다시 일자리·소득 격차로 재확산되면서 우리 경제의 역동성마저 허물어진 ‘기회의 불평등’을 완화하거나 바로잡겠다는 게 정부가 내세우는 사회 이동성 개선의 핵심 골자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이면은 부모의 경제력과 학력에 따라 자녀의 미래 소득이 크게 영향받는 상황으로 사회 통합 저해는 물론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는 원인으로 거론돼왔다. 이를 바로잡아 미래세대가 공정한 기회를 부여받고, 능력과 노력에 따라 소득계층을 상향 이동할 수 있도록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지난 5월 1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한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일자리·교육·자산 형성을 중심으로 한 ‘사회 이동성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미래세대의 관점에서 우리 경제·사회의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합의점 모색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구조 기반을 구축하여 복지 확대로 가처분소득 기준 중산층(중위소득 50~150%)의 비중을 증가시키고자 하는 것으로 ▷양질의 일자리 통한 소득 상향 기회 확충, ▷능력·노력에 기반한 교육 기회 확대, ▷맞춤형 자산 형성 지원 및 활용도 제고, ▷자립 기반 지원 및 약자 복지 강화 등 4개 분야를 주요 내용으로 고졸 취업을 지원하고, 중소기업 고용의 질을 높이는 한편 젊은 층의 자산 형성을 돕는 방식으로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계층 사다리가 완전히 끊어져 성장을 이끌어온 역동성이 사라지기 전에 계층 이동을 정책 목표로 삼은 점에서 긍정 평가할 만하다.

그동안 우리 경제는 ‘한강의 기적’이라는 찬란한 역사 창조에도 불구하고 그 이면에 짙게 드리운 그림자가 아직도 잔존하고 있다. 성장지상주의의 돌격 성장과 압축 성장을 이룩한 우리나라는 양적인 팽창은 기적을 일구었지만, 질적인 개선으로까지는 이어지지 못한 탓에 다른 선진국보다 양극화 문제가 심각하다. 교육 기회와 양질의 일자리를 두껍게 하고 지역 균형발전을 추진할 시간이 적었기 때문이다. 명문대 진학률과 부모 소득 사이 비례성이 높아져 ‘개천의 용’이 나올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집값이 너무 올라 자산 양극화도 심해졌다. 이 때문에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자식 세대의 ‘신분 상승’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 시각이 팽배한 가운데 의문만을 키워온 상황에서 특히 양극화 심화로 사회 전체의 긴장감이 고조되는 때에 나온 종합 대책인 만큼 당연히 국민이 정책 효과를 체감하도록 함은 물론 국가경쟁력 제고의 모멘텀(Momentum)이 되어야 한다.

이번 방안은 교육·고용·금융 등 여러 분야를 두루 망라하고 있다. 계층 이동을 제한하는 여러 가지 요인들을 두루 짚고 있다는 해석이다. 취업준비생과 니트(NEET)족에게 적절한 때 취업 정보·컨설팅을 제공하기 위해 부처 간 정보를 연계한 ‘올케어 플랫폼’을 구축한다. 민간기업이 직접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취준생에게 공급하도록 하는 ‘개방형 기업 트레이닝’도 추진한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늘리는 방안도 담겼다. 남편 출산휴가를 현행 1 근무일에서 20 근무일로 10 근무일이나 더 늘린다. 아내가 임신할 때 남성의 출산휴가·육아휴직 사용도 일부 허용한다. 경력 단절 여성 세제지원의 재취업 업종 제한을 폐지하고 경력 단절 남성도 지원 대상에 포함한다. 현재 통상임금의 80%, 월 상한 150만 원 수준인 육아휴직 급여를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대체인력 채용 촉진을 위해 사업주 지원금을 복원하여 육아휴직 지원금과 대체인력 지원금 중 사업주 선택권 부여한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 대상 연령을 현재 8세에서 12세로 4세 더 높이고, 기간도 부모 1인당 최대 24개월에서 36개월로 12개월 더 늘린다.

한편 미취업 졸업생에게 이력 관리와 맞춤형 구직정보 제공, 진로상담을 해주는 직업계고(高) 거점학교(현재 전국 17개) 확대, 공공기관 경영평가 시 고졸 채용 만점 기준(현행 8%) 상향 조정 등도 이번 방안에 담겼다. 잠재력이 충분하나 고졸이란 이유만으로 사회 계층 이동의 기회가 박탈되는 경우를 줄여보자는 취지다. 장병내일준비적금의 납입 한도·매칭 지원금을 현재 월 최대 40만 원에서 내년부터 55만 원으로 15만 원 늘리기로 한 것도 저소득 가구의 청년들이 군 제대 이후 취업 등 사회진출을 돕기 위해 마련한다.

또한 저소득층 우수 학생을 발굴해 지원하는 제도인 ‘꿈 사다리 장학금’ 지원 대상을 현재 중학교 1학년∼고등학교 3학년 학생에서, 내년 상반기부턴 초등학교 5∼6학년 학생부터로 확대한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취업연계 장학금인 ‘희망사다리 장학생’ 선발 때 기초생활보장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등이 우선 선발되도록 제도를 개편한다. 절세형 상품인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전면 개편 계획도 서민층이 자산을 좀 더 쉽게 불릴 수 있게 할 의도로 추진된다. 자산 격차가 사회 이동성을 제약하는 핵심 요소로 꼽혀온 점을 염두에 둔 조처다. 전면 개편 방향은 중개형·신탁형·일임형 등으로 돼 있는 유형별 구분을 없애고, 1인 1계좌 원칙도 폐지하는 방향이다. 부부 합산 1주택 이하 기초연금 수급자가 10년 이상 장기 보유한 주택·토지·건물 등을 매각한 뒤 양도차익을 연금 계좌에 납입하면 세금을 깎아주는 ‘부동산 연금화 촉진 세제’ 도입 방안도 저소득 고령가구의 자산 형성과 관련이 있다.

특히 자산이 고령층에 집중되는 정도는 점점 심해지고 있는 현실이다. 지난 5월 1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체 가계 자산 중 60세 이상의 자산 비중은 37.3%에 달했다. 20·30대의 22.9%보다 15%포인트 가까이 높은 수치다. 20·30대 비중은 24.7%, 60세 이상은 35.1%이었던 2019년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 벌어졌다. 연금 수급 노인이 장기보유 주택을 팔고 차액을 연금으로 부으면 세금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세제지원은 노인 빈곤 문제 해소에도 도움을 줄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가계 보유 자산을 연금화하는 경우 노인빈곤율은 2021년 기준 37.7%에서 23.5%로 14.2%포인트 떨어진 실정이다. 한편으로는 고령층이 쌓은 자산이 소비와 소득 재창출 능력이 왕성한 젊은 층으로 원활히 이동해야 경제도 살아날 수 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역사적 관점에서 볼 때 한 사회의 경제력이 고도화하면 기득권층이 생기기 마련이고 그 기득권층은 그것을 당연한 자기 권리로 받아들이게 되고 그 기득권 수호에 노력한 결과는 계층 이동을 어렵게 하는 구조적 장애물로 작용한다. 논란의 여지는 있을 수 있지만 최근의 의대 증원의 문제만 하더라도 의사단체들이 자신들 기득권 영역에 신규 진입을 제한하기 위해 사다리 확대 정책을 거부하면서 갈등이 빚어진 모양새로 비추고 있다. 기득권이 고착화(固着化)하면 소외계층 불만이 증폭되고 내부 갈등을 무마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이 더 많아지게 되면서 성장은 정체되고 급기야 쇠락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는 것이 동서고금의 역사적 교훈이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대책 일부는 그동안 저출생 대책과 겹치고, 일부는 기존 정책을 재탕해 합쳐놓은 것도 없지 않다. 양질의 고품격 일자리를 만들 주체인 기업에 대한 유인책이 빠진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하지만 이제라도 공정한 기회 부여를 전제로 개인의 능력과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계층 이동이 가능한 데 대한 관심을 두는 것은 참으로 다행이다. 영국은 1990년대 영국 보수당은 ‘대처리즘’으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밀어붙였고 이에 대항해 노동당은 노동조합과 더욱 밀착해 저항하는 상황에서 사회주의 복지국가와 신자유주의 시장경제의 단점을 배제하고 장점만을 융화시킨 새로운 개념의 차별화 전략으로서, ‘앤서니 기든스(Anthony Giddens)’가 이론적으로 체계화하고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Tony Blair)’ 전 총리가 채택한 ‘제3의 길(The Third Way │ The Renewal of Social Democracy)’로 불리는 중도실용 노선을 통해 사회 이동성과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정책을 전격 실시한 전례가 있다. 이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우리 정치권도 계층 사다리 복원을 위해 중도 실용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 차제에 법인세 인하 등 각종 인센티브(Incentive)를 높여 투자환경을 개선하고, 국제 규범에 맞지 않는 해묵은 규제와 낡은 세제도 정비해야 한다. 이번 ‘사회 이동성 개선방안’에 제시된 대책들이 시행되기 위해서는 「남녀고용평등법」 등 관련 법을 개정해 뒷받침해 줘야 한다. 정책의 조기 정착을 위해선 관련 예산 확보와 입법을 통한 제도화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여야의 대승적 협치로 점점 사라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계층 이동 사다리가 조속히 복원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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