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칼럼) 자살률 OECD 회원국 중 여전히 최고, 공동체 의식 고취를

칼럼 / 편집국 / 2024-05-03 17:59:24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서울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 역임/
전, 소방준감, 서울소방제1방면지휘본부장, 종로·송파·관악·성북소방서장)
한국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는 경고와 함께 값싼 에너지와 노동력에 의존한 한국식 국가 주도 성장 모델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기존의 성장 모델이 더 이상의 혁신을 만들지 못하는 상황에서 저출산과 자살률 낙후된 금융시장 등이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4월 22일(현지 시각)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한국 경제 기적은 끝났나(Is South Korea’s economic miracle over?)’라는 제목의 기획 기사에서 “그간 한국식 성장 모델을 뒷받침했던 두 기둥인 값싼 에너지와 노동력이 최근 흔들리고 있다”라고 지적하고 “한국이 그간 미국이 발명한 반도체나 배터리 같은 제품을 상용화하는 데 강점이 있었지만, 새로운 ‘기반 기술’을 개발하는 것에는 약했다”라고 비판하며, “저출산에 따른 인구 위기와 높은 자살률로 미래 성장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FT는 과거 2021년 7월 16일(현지 시각)에도 ‘팬데믹이 심화하자 한국인들이 혼자 소주를 마시는 시간에 기대고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코로나19 사태로 한국의 음주 문화가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회식 자리에서 사용하는 “마시고 죽자(Mashigo-jukja)”라는 한국어 표현을 소개하면서 “한국의 공동 음주 문화는 오랜 세기 동안 상세한 위계적 예절과 과음으로 특징지어졌다”라고 설명하며, “코로나19로 경제가 어려워 지고 사람들의 고립이 심해지면서 이미 높은 수준의 우울증과 자살률이 더욱 높아질 거란 우려가 함께 나온다”라는 지적과 함께 “혼자 술을 마시는 현상이 우울증, 자살과 관련한 불안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라며 “한국은 자살률이 10만 명당 24.6명으로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라고 설명했다. FT는 또 “팬데믹 기간 자살 방지 전화상담이 50% 늘었다는 보고가 있다”라며, “한국 보건당국도 자살 예방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라고 전한 바 있다.

이런 가슴아픈 외신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여전히 ‘OECD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25일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안전보고서 2023’에 따르면 2022년도 한 해 동안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 당 25.2명으로 조사됐다. OECD 평균인 10.7명의 두 배 이상이다. OECD 회원국 중 20명을 넘은 국가는 한국이 유일한 데다 자살률이 두 번째로 높은 리투아니아와 비교해도 5.6명이나 더 많았다. 남자 자살률은 35.3명, 여자 자살률은 15.1명으로 각각 0.6명(1.7%), 1.1명(6.4%) 감소했다. 다만 지난 2021년의 자살률 26명에 비해선 0.8명(3.2%) 소폭 감소한 수준이다. 최근 자살률 변화 추이는 2011년 31.7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16년 25.6명, 2017년 24.3명, 2018년 26.6명, 2019년 26.9명, 2020년 25.7명, 2021년 26명, 2022년 25.2명 등이다.

우리나라의 자살사망자 숫자가 세계 최고 수준을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올해 1~2월 자살 사망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26일 보건복지부가 인용한 통계청 국가통계포탈에 게시된 2023년 사망원인통계(잠정치)에 따르면 2023년 자살사망자(잠정치)는 13,770명으로 2022년 대비 864명 증가(6.7%)하였으며, 성별로 살펴보면 남성(9,019명→9,626명, 6.7%↑)과 여성(3,887명 → 4,144명, 6.6%↑) 모두 전년 대비 증가하였다. 2024년 1월 자살사망자 수(잠정치)는 1,316명으로 전년 동월(2023년 1월 987명) 대비 329명(33.3%)이 증가하였으며, 하루에 42.45명이 자살했다는 충격적인 통계이다. 성별로 살펴보면 남성 300명(43.5%), 여성 29명(9.7%)이 증가하였다. 2024년 2월 자살사망자 수(잠정치)는 1,174명으로 전년 동월(2023년 2월 1,062명) 대비 112명(10.5%) 증가하였으며, 하루에 40.48명이 자살했다. 성별로 살펴보면 남성 88명(11.3%), 여성 24명(8.5%)이 증가하였다.

정부는 지난해 4월 국무총리주재 자살예방정책위원회를 열고 생명존중안심마을 조성, 유해환경 개선 등 전국민 대상 정책, 자살시도자·유족·생애주기별·경제위기군 대상자 맞춤형 정책 등 자살 예방을 위한 전(全) 주기를 포괄하는 것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2023~2027년)’과 2023년 12월 발표한 격년마다 정신건강 검진, 일상적 마음돌봄 체계 구축, 정신응급 입원병상 확보, 자·타해 위험 시 집중 사례관리, 전국 어디서나 정신재활 서비스 제공, 주거·고용 지원 확대, 매년 학생·국민 1,600만 명 자살예방교육, 대국민 캠페인 강화를 주요내용으로 하는 ‘정신건강정책 혁신방안’ 등 자살예방·정신건강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또한 최근 자살사망자 수 증가 동향에 따라 시·군·구 정신건강복지센터(자살예방센터)와 협조하여 자살 고위험군 안부 묻기 등 관리를 강화하였고, 삶의 위기에 처한 국민이 도움받는 법을 알지 못해 자살로 내몰리는 일이 없도록 읍·면·동 주민센터,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노인복지관,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등에 방문 시 부채·일자리·법률·정신건강 등에 대한 상담 및 도움받을 수 있는 기관 정보를 쉽게 알 수 있도록 안내하였다. 다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 회복기에 어려워진 경제 상황, 취약한 사회안전망, 악화된 정신건강 문제가 자살 증가로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특히 남성 사망자 급증은 최근 늘어난 가계 부채에 따른 가정 경제 악화가 자살 증가의 한 요인이 됐을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한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지난해 2분기 집계한 한국의 총부채(국가+기업+가계부채)는 5,956조 9,572억 원으로 6,000조 원 돌파를 목전에 뒀다. 또한 지난해 12월 한 유명 배우의 자살이 일부 ‘베르테르 효과(Werther effect│동조자살)’를 줬을 가능성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 작성 이래 한국은 거의 줄곧 자살률 1위를 기록해왔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자살률은 10만 명당 25.2명으로 OECD 평균인 11명을 2.29배 이상 웃도는 수준으로 문제의 심각성을 엿볼 수 있었다. 자살은 사회구조적, 개인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므로 자살사망자 증감의 원인을 어느 하나로 단정하여 설명하긴 어렵지만, 사회안전망이 충분하지 못한 가운데 무한경쟁, 각자도생, 승자독식이 격화되고 있는데 반면 공동체 의식은 허물어진 것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살아갈 용기를 잃고 죽음으로 내몰리는 이들이 이토록 많은 사회에서 어떻게 젊은이들에게 아이를 낳고 키우라고 권면할 수 있을지 반문하게 한다.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가 자살에 대한 인식과 대하는 태도부터 달라져야 한다. 더 이상 자살을 개인 문제로 치부해선 안 된다. 정부는 자살 통계를 상세하게 공개하고 원인 분석, 대책 마련에 지혜를 모으고 힘을 쏟아야 한다. 자살 보도를 자제만 할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문제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 추적해야 하고 대안도 고민해야 한다. 무엇보다 허물어진 공동체 복원이 절실하다. ‘우리 함께’라는 연대 의식이 ‘나만 홀로’라는 개인 의식으로 변해버린 이 야속하고 무정한 세상에서 나의 외로움을 표현하고 내 주변 사람들의 아픔에 같은 관심을 보이는 공동체 의식에서 시작할 수 있다. 세대가 변한 것이 아니라 시대가 변한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미래에 더 큰 희망을 걸지 않게 되었을 때 자신의 처지에 만족한다지만 그것이 지나쳐 비관하고 자학하며 지치고 시달린 번아웃(Burnout)에 삶의 의지를 잃고 막막해 세상이 무너져 포기할 때 누군가의 품고 보듬는 포용과 배려가 필요하다. 서로 고민을 털어 놓고 답답한 마음을 열어 놓을 ‘곁’을 만드는 삶의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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