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칼럼] '금융권 여신 절반이 부동산', 금융혁신 없인 신성장 동력도 없다

칼럼 / 편집국 / 2025-05-05 17:47:25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전, 소방준감)
끊임없이 연이어 반복되는 금융 사고와 자산 편중 구조 속에서 ‘금융 시장의 신뢰 회복’이 당면한 현실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에 편중된 금융권의 여신이 금융 시장의 신뢰를 훼손하고 경제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부동산 금융에 대한 체계적 관리와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가 금융권 신뢰 회복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금융권 신뢰 회복’이 금융 시장의 핵심 화두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4월 30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서울경제신문과 서울경제TV가 주최 주최한 ‘제28회 서경 금융전략포럼’에 참석해 ‘금융환경 변화와 금융권 신뢰 회복을 위한 감독 과제’를 주제로 한 기조 강연을 통해 “현재 금융 시장은 자산 편중과 디지털 격차, 내부통제의 한계로 인해 구조적 신뢰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라고 진단하고, “최근 발생한 금융 사고를 보면 부동산과 관련된 사례들이 매우 많다”라면서 주택 담보 대출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과도하게 자금이 쏠리는 금융권의 관행을 타파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부동산 쏠림이 자산 시장에서 신뢰의 붕괴를 부른다”라면서 “금융사가 이익에만 몰두하는 조직 문화를 뜯어고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금융권 민간 부문 여신 약 3,900조 원 가운데 부동산 자금이 약 1,900조 원으로 50%에 육박한 것을 꼬집은 일침이다. 이 같은 비중은 미국·일본 등 주요국의 부동산 여신 비중과 비교해 10%포인트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앞서 한국은행과 한국금융연구원이 지난 4월 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개최하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후원한 공동 정책 콘퍼런스에서도 부동산 관련 대출 집중도가 과도해 경제 성장을 가로막고 산업 경쟁력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감원장 등 우리나라 통화·금융 당국을 이끄는 세 명의 수장이 모여 부동산을 주제로 대담하면서 “기준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 필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부동산 때문에 가계부채 비율이 다시 악화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라고 인식을 공유하고 한목소리로 “부동산 대출 증가세를 낮춰야 한다”라고 입을 모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공동 정책 콘퍼런스에 참석해 “부동산 문제로 금리를 낮추면 자금이 부동산이나 해외 주식으로 가는 문제가 있어 유효한 통화정책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라며 “부동산 중심으로 금융이 흘러갔다는 것은 새 산업도 못 키우고 새 대체재가 없다는 것으로 장기 성장률도 낮아진다”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집값이 오르면 정책금융을 더 집행해줘야 하고 이것이 가계부채를 다시 끌어올리는 악순환에 놓여 있다”라고 짚었다. 그는 “당분간은 시중은행에서 저소득층 정책보증을 먼저 취급해준 뒤 나머지 대출은 부유층의 부동산 대출 대신 산업용 여신으로 돌려줘야 한다”라며 “은행장들께서 도와주셔야 한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날 함께 대담에 참석한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그동안 집을 살 수 있도록 무주택자를 도와주는 데에 금융이 많이 활용됐지만, 이것이 가계부채 관리와 거시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바람직한지 고민이 컸다”라며 “그러한 일환으로 지분형 모기지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동석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현재처럼 부동산 금융의 비중이 큰 상황에서는 주거용 부동산의 위험가중치를 지금처럼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 문제의식이 있다”라며 “홍콩처럼 국제 건전성 기준을 지키면서도 나라 사정에 맞춰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전했다.

부동산 대출 쏠림은 금융사 본연의 임무인 자금 중개 기능을 떨어뜨리고 결국 신산업 지원을 어렵게 만든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제28회 서경 금융전략포럼’에서 “아무리 위험도가 낮은 자산이라도 쏠림이 있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라며 “부동산 쏠림이 자산 시장에서 신뢰의 붕괴를 부른다”라고 말한 대목에 주목해야만 한다. 또 경기 침체기에는 부동산발(發) 금융 위기와 가계·기업의 불안정을 초래한다. 금융을 선진화하고 혁신해야만 은행들의 부실 위험을 막고 생산적인 분야로 자금을 지원해 신성장 동력 육성을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성장엔진 꺼진 한국 경제가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 –0.2%의 역(逆)성장 충격에 표류(漂流)하고 있는 등 경기 침체 그늘이 암울하게 짙어진 누란지위(累卵之危)의 위기상황에서 올 1분기 신용카드 연체율(하나카드 2.15%, 우리카드 1.87%, KB국민카드 1.61%, 신한카드 1.61% 등)과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0.49%)은 각각 10년, 8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지난 4월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각 카드사의 3월 말 기준 연체율(카드 대금, 할부금, 리볼빙, 카드론, 신용대출 등의 1개월 이상 연체율)이 모두 상승했다.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지면서 카드값뿐만 아니라 고금리인 카드 대출도 제대로 갚지 못하는 것이다. 9개 카드사의 지난달 카드론 평균 금리는 연 14.83%로 2022년 12월 이후 2년 3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은행권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서민들의 급전 창구인 카드론 잔액은 연일 잔액이 늘어 지난달 분기 말 42조 3,720억 원에 달했고, 금감원에 따르면 보험계약 대출 잔액은 작년 말 71조 6,000억 원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금융 사고 증가의 원인으로 내부통제 미흡 등이 거론되지만 근본적으로는 부동산 쏠림에 따른 리스크(Risk) 확산이 지적되고 있음을 각별 유념해야 한다. 우리 경제 역(逆)성장에 제동을 걸고 저성장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내수를 진작시키고 장기적으론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를 개선해야만 한다. 지난해 1분기 1.3% 깜짝 성장 이후 작년 2분기 -0.2%로 역성장을 기록한 뒤 3분기 0.1%, 4분기 0.1%에 이어 올해 들어 다시 –0.2%로 뒷걸음질 쳐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4개 분기 연속 0.1% 이하에 그친 ‘저성장 쇼크’는 1960년 통계 작성 이후 사상 처음이기 때문이다. 2% 선으로 떨어진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려면 혁신 기업과 신산업에 대한 금융권의 적극적 투자와 대출을 유도해 신성장 동력을 키워야만 한다.

이를 위해 금융권이 부동산 대출 비중을 혁신적으로 줄이고 높은 예대금리차를 활용한 ‘우물 안 이자 장사’에 대한 유혹의 구각(舊殼)에서 과감히 벗어나는 것은 물론 과도한 부동산 관련 대출 집중도를 낮춰나가야만 할 것이다. 금융혁신 없인 신성장 동력도 없다는 결연한 의지를 갖고 금융사들 스스로가 내부통제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벤처기업·스타트업 등에 대한 대출을 과감히 공격·파격적으로 늘려 경제 위기 극복과 성장 동력 육성에 솔선 기여(寄與)해야만 한다. 금융사들이 자구 노력과 혁신 의지를 갖고 기업금융 확대, 해외 시장 개척, 사업 다각화 등에 적극·공격적으로 나서야만 할 때다. 인공지능(AI)을 결합한 기술·서비스 혁신, 사이버 보안 강화, 글로벌 뱅크 도약을 위한 규제 정비도 시급한 과제로 국가 진운(進運)의 명운(命運)을 걸고 국가 역량을 총 집주(集注)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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