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세계타임즈 심귀영 기자]짧은 한 세상 살기도 바쁘다며 사람들은 당장의 즐거움이나 쾌감에 곧잘 빠져든다. 더욱이 요즘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란 단어가 시사 하듯이 적당히 일하고 소소하게 누리며 살자하는 말들이 시중에 자주 나돈다. 원래 워라밸을 처음 연구한 하버드대학의 스테워트 프리드만(Stewart D. Friedman) 등의 주장은 직장에서의 성과는 개인의 삶과의 의미와 합쳐서 제로 섬(zero sum)이 되어선 안 된다는 것이었다. 지속 가능한 업무나 삶의 영위를 위해 일과 삶은 서로 균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작업자의 업무효율에 대한 연구이다. 학교 교단에 있으면서 비교적 시간을 쪼개어 다니며 대중강연을 하고 경영투자 자문을 하는 필자는 어느 날 태우고 가던 기사로부터 자기는 바쁘게 사는 내 모습이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고 불쑥 한마디 했다. 40대 중반의 그는 비정규적이지만 자유롭게 일을 하는 렌터카 기사인데 자녀가 둘이고 아내도 식당에서 카운터 일을 한다고 했는데, 수입이 많지는 않지만 그때 그 때의 자기의 행복한 일상을 놓치고 살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주식을 투자하는데도 사람들은 태도의 차이가 크다. 누구는 긴 세월을 투자하며 자산이 커가는 것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고, 누구는 매일 사고팔며 당장의 수익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 장기투자의 수익은 기업이 크게 성장하기 이전부터 투자하는 소위 비상장 주식의 상장(IPO)투자에 참여해야 좋은 성과가 나온다. 물론 그 상장시점을 미리 정확히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상장만 되면 정말 상당한 수익이 난다, IPO투자는 통상 6년 이상 걸리는 것으로 연구되기도 한다. 그런 상장투자 주식시장을 제1 시장(primary market)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오르내리는 주가를 보며 그 타이밍을 예상하여 사고파는 사람들은 유통시장인 제2시장(secondary market)에 참여한다. 우리가 매일 듣는 주가소식은 다름 아닌 제2시장 소식이고, 제1시장 소식은 대중에서 잘 전해지지 않는다. 간혹 공모주 청약을 하는 분들은 이런 제1시장에서 주식을 매입하는 경우이다.
원래 주식시장은 1시장 기능을 위해 만든 것인데 갈수록 사람들이 단기투자에 관심이 커져서 오늘날 2시장 중심의 거래가 활성화 된 것이다. 그러나 거액투자가들이나 기관투자가들은 1시장에서 상당한 수익을 낸다. 주식투자는 이런 1,2시장을 공히 활용하면 10년 기준으로 연간 8%-12% 정도의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이 2-3%대 성장률의 선진국 증시의 현실이다. 주택 같은 도시부동산은 20년 이상 소유하면 대부분의 투자가 양(+)의 값을 지닌다. 연간으로 5-6%정도의 수익률은 가능한 것이 2-3%대의 경제성장률을 보이는 선진국의 통계이다.
그래서 점점 일자리가 없어지는 오늘의 현실에서 정말 미래 수익을 위해 필요한 것은 주식이나 주택 같은 개인적인 투자 자산인데 이건 젊은이가 당장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저축을 하고 절약을 해서 목돈을 만들어 가야 가능한 일이다. 결국 성실하고 치열한 젊은 날이 필요한데 요즘 이렇게 소소한 재미의 삶을 얘기하는 청춘들이 많다.
정말 열심히 일하며 사는 사람들은 시중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자기만의 제품개발이나 기술개발에 매진하는 사업가나 기술자, 그리고 자기 연구에 몰입한 학자들의 삶은 참 단조롭고 경건하다. 언젠가는 이루게 될 성과를 위해 오늘 하루도 진지하고 값어치 있게 보낸다. 그리고 그 성과는 많은 일반과 공유하게 된다. 좋은 제품으로 나오기도 하고 인류의 고민을 해결하기도 하고 큰돈을 벌어 세금이나 기부로 나라를 돕기도 한다. 인간이 노동으로 성과를 내던 이전의 경제는 자본가들이 노동가치를 착취하여 부는 쌓는 사회적 패악도 컸지만, 이젠 누구도 자신의 노력과 도전으로만 결과를 이루어 내야 하는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었다.
이제 거대한 과학기술이 등장할 시점이다. 기계적 기능적 산업활동은 이제 인간의 몫이 아니다. 잘 짜여 진 운영 프로그램으로, 스마트한 인공지능으로, 방대한 데이터처리로 산업생산은 잘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인간은 이제 더 큰 꿈을 가지고 미래로 가야할 때이다.
1876년 덴마크에서 맥주양조장을 하던 J.C. 야콥슨(Jacobsen)은 자신의 양조장을 아들(Carls)에게 물려주지 않고 아들의 이름을 넣은 칼스버그(Carlsberg)재단을 설립하고 그곳에서 기업을 운영하여 덴마크 과학연구에 투자하도록 당부하였다. 그동안 많은 노벨상 수상자가 이 재단의 연구비를 받았고, 재단이 운영하는 칼스버그는 오늘날 세계적인 맥주로 성장했다.
이 재단의 운영은 덴마크 왕립학술원이 감독하는 국가의 감독을 받아 전문경영자와 과학기술자들이 맡아서 하며, 항상 설립자의 유지대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장치가 되어 있다. 국가는 이 기업에 대해 법인세와 재산세를 면제해 준다. 물리학, 기계전자, 화학, 생명공학, 유전학, 미생물 등 이 재단의 지원으로 연구된 과학기술이 지금 인류가 일상에서 누리며 사용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이런 거대한 과학기술의 도전(grand challenge)이 필요하다, 이젠 우리도 우주개발에 나서야 하고 해양탐사도 해야 하고 극지의 환경보호나 자원개발도 해야 한다. 우리는 지정학적으로 이런 일을 하기 좋은 나라이다. 초음속비행기 개발, 초고속 철도개발, 초대형 전자계산기 개발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거대기술에 지금 손을 대야 한다.
항공우주만 해도 한국항공우주(KAI)란 전문기업을 만든 우리는 아직 시작이지만 제반 인프라가 좋은 나라여서 곧 머지않아 성과를 낼 것으로 본다. 해양기술이나 초고속철도도 우린 조금 노력하면 할 수 있다.
문제는 거대과학 기술에 대한 국가적인 분위기 조성이다. 이번 정부는 주로 사회경제적 평등과 안보의 평화적 해결정책에 관심이 많은 정부이다. 당연히 중요한 과제이지만 이제 미래로 가는 거대한 문제의 과학기술 개발도 시작해야 한다. 이런 시기에 삼성바이오로지스의 기업회계 부정시비는 참 유감이다. 칼스버그재단 정도는 아니더라도 삼성이 이런 회계부정은 참 실망스럽다. 이재용부회장은 국가와 국민에게 몇 가지의 실수가 있다. 차제에 거대과학 기술투자에 담대한 도전을 주문한다. 전문경영인들은 단기성과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거대과학 기술투자는 오롯이 오너의 결단의 몫이고 그 가족이 가져갈 영광이다.
부디 삼성과학투자재단을 설립하여 우주와 바다와 미래로 우리 국가의 꿈을 키워가 주길 바란다. 우리 젊은이들의 머리와 가슴에 거대한 꿈을 갖도록 기업들의 사회과학 책임투자를 당부한다. 어느 덧 임기 중반에 접어들어 가는 대통령도 이제는 미래로 국민들의 시선을 이끌어 줄 때이다. 엄 길청(글로벌애널리스트/공익경영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