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9.23
[세계타임즈 = 이채봉 기자] 국민의힘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오는 25일 본회의에 상정되는 법안 전부에 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 카드를 결국 꺼낼지 주목된다.민주당 주도로 쟁점 법안을 처리하는 현 상황을 '입법 독주'로 규정하고 소수 야당으로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를 견제하겠다는 게 국민의힘의 구상이다.
민주당 독주 프레임을 추석 때까지 끌고 가 연휴 민심을 선점하겠다는 포석으로도 받아들여진다.국민의힘은 23일 원내 지도부를 중심으로 전면 필리버스터 착수 여부를 두고 논의를 이어간다.전날 의원총회에서 전면 필리버스터에 의원들의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원내지도부는 일단 전면 실시에 무게를 두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여야 원내지도부 회동에서도 국민의힘은 쟁점 법안뿐 아니라 비쟁점 법안 69개에 대해서도 필리버스터 가능성을 열어둔 바 있다.실제 민주당이 오는 25일 본회의에 69개 법안을 상정하고, 국민의힘이 해당 법안 모두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할 경우 물리적으로 최소 69일간 필리버스터를 할 수 있다.필리버스터 관련 규정을 다룬 국회법 106조의2에 따르면 필리버스터는 ▲ 종결 동의 표결 ▲ 신청 정당의 자체 종료 ▲ 국회 회기 종료 등으로 종결할 수 있다.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종결 동의를 의장에게 제출하고, 이로부터 24시간이 지난 후 표결에서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 찬성 때 필리버스터를 끝낼 수 있다.따라서 모든 안건에 대해 필리버스터가 이어지면 69차례의 종결 표결이 요구돼, 적어도 69일간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는 셈이다.국민의힘은 이를 통해 본회의를 주재하는 우원식 국회의장과 24시간마다 필리버스터 중단 표결을 위해 본회의장에 모여야 하는 범여권 의원들에게 부담을 주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이 방안은 여야뿐 아니라 국민에게도 피로감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지만 국민의힘으로선 거대 여당을 견제할 수 있는 '최후의 카드'라는 인식이 강하다.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민주당이 본회의에 몇 건의 안건을 상정하느냐에 따라 필리버스터 기간이 결정된다"며 "모든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는 소수 야당으로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말했다.소수 야당의 전면 필리버스터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2019년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관련 법안 처리에 반발해 본회의에 상정된 199개 안건 모두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당시 '민식이법', '유치원 3법' 등 주요 민생 법안 처리까지 지연되면서 여론의 역풍을 맞기도 했다.다만 이번에는 국민적 관심을 받는 주요 민생 법안이 상대적으로 적고, 여야가 모두 추석 민심을 겨냥한 여론전에 집중하는 만큼 당내에서는 '잃을 것이 없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원내 핵심 관계자는 "결국 양당 모두 추석 민심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소수 야당이 할 수 있는 건 여론에 호소하는 것뿐이라 국민들에게 필리버스터를 통해 여당의 독주를 알리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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