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칼럼] 장기실업자 비중 25년 만에 최고치, 양질의 일자리 만드는 데 총력을

칼럼 / 편집국 / 2024-10-03 15:07:10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전, 소방준감)
한국의 실업자 5명 중 1명은 반년 이상 구직 활동을 하고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장기 백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업자 가운데 반년 이상 장기실업자 비중은 1999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증가해 무려 25년 만에 최고로 높아졌다. 정부는 낮은 실업률(8월 기준 1.9%), 높은 고용률(8월 기준 69.8%)을 이유로 일자리 상황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지만, 구직 희망자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킬 양질의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지난 10월 1일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8월 구직 기간이 6개월 이상인 장기실업자는 전체 실업자 56만 4,000명의 20%였다. 올해 1월 7만 4,000명이었던 장기실업자 수는 8월에 11만 3,000명으로 6개월 새 무려 3만 9,000명이나 증가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의 충격으로 고용 사정이 최악이던 1999년 8월의 20.1% 이후 가장 높다. 8월의 전체 취업자 수가 1월에 비해 106만 명 증가했지만, ‘쪼개기 알바’로 불리는 주 15시간 미만 초단기 근로자 수가 154만 명에서 201만 5,000명으로 늘어나는 등의 질(質) 나쁜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만들어졌다.

6개월 이상 장기실업자는 코로나19가 한창 확산한 2020년 10월부터 2021년 7월까지 증가세를 이어가며 10만 명을 웃돌다가 코로나19가 잠잠해진 2021년 하반기부터 감소세로 전환해 대체로 10만 명을 밑돌았다. 장기실업자 수는 올해 3월부터 늘기 시작해 지난 8월까지 6개월째 증가추세에 있다. 올해 7월까지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는 등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전체 실업자 수는 지난 7월부터 지난해 같은 달 대비 감소로 전환해 두 달째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전체 실업자는 감소하는데 장기실업자는 늘면서 이들 비중이 가파르게 상승한 것이다.

장기실업자의 증가는 ‘일자리 미스매치(Mismatch │ 엇박자)’ 현상의 한 단면으로 분석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 등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은 탓에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거나 금방 직장을 이탈하는 청년층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청년들이 대기업 일자리를 선호하지만, 반도체·자동차·배터리 등 첨단 제조 업체들은 경력직 채용 위주로 돌아선 데다 갈수록 해외 생산 기지를 늘리고 있다. ‘장기 백수’의 급증은 원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한 구직자가 많다는 뜻이고 일자리의 질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는 방증(傍證)이다. 구직자들이 자신의 눈높이에 맞는 양질의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서 구직 기간이 늘고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실제 직장에 다닌 지 1년이 넘지 않은 장기실업자 경험이 있는 이들이 이전 직장을 그만둔 이유는 ‘임시·계절적 업무가 끝나서’란 응답이 26%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시간·보수 등 작업 여건이 만족스럽지 않아서’가 25%였다. 일의 성격이 불안정하고, 처우가 마음에 들지 않아 그만뒀는데 그보다 나은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장기 백수’의 급증 현상은 최근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 인구가 늘고 있는 점과도 일맥상통한다. 통계청이 지난 9월 11일 발표한 ‘2024년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8월 ‘쉬었음’ 인구는 256만 7,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 232만 2,000명 대비 24만 5,000명(10.6%) 늘었다. 8월 기준 2003년 이후 가장 많았다. ‘쉬었음’에는 취업 의사가 없는 사람, 취업 의사가 있어도 원하는 일자리가 없어서 직장을 찾지 않는 사람 등이 포함된다.

더 심각한 건 장기실업자 중 20, 30대 청년이 절반이 넘는 점이다. 청년층이 장기실업자, 쉬었음의 증가세를 견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1~8월 장기실업자는 월평균 9만 85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만 448명이나 증가했다. 연령대별로 15~29세 청년층이 2만 9,442명(32.4%)으로 가장 많았고, 30대가 2만 1,177명(23.3%)으로 뒤를 이어서 30대 이하가 55.7%를 차지했다. 증가 폭도 청년층이 가장 컸다. 1~8월 청년층 장기실업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54명 늘어 모든 연령대 중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청년기에 실업 기간이 길어지면 경력, 능력을 쌓지 못해 정규직 채용의 문턱을 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최종 학교를 졸업하고도 3년 이상 취업하지 않은 15∼29세 청년 가운데 구직 활동, 직업훈련을 하지 않고 ‘그냥 쉰’ 청년들도 5월 기준 2021년 9만 6,000명에서 2022년 8만 4,000명, 2023년 8만 명으로 감소세를 보이다가 올해 8만 2,000명으로 다시 늘었다. 사실상 구직을 포기한 이들은 장기실업자 숫자에서도 빠져 있다. 이렇듯 저성장이 고착화하고 경기 불안정이 심화하면 이같은 이중구조는 더욱 굳어지고 미래 인적 자원인 청년층을 활용하지 못해 한국 경제의 생산성이 떨어지는 악순환의 반복이 우려된다.

이러다가 사회와 담을 쌓은 고립·은둔 청년의 위기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화하는 게 아닌지 심히 걱정스럽다. 한국고용정보원이 1,014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FGI) 결과를 지난 9월 29일 발표한 ‘중소기업 청년고용 실태 분석 조사’에 따르면 현재 전체 기업의 청년층(15~34세) 종사자 비율은 평균 30.8% 수준이다. 실제로 최근 3년 이내 취업한 청년 중에 퇴사 사례가 있는 기업도 63.6%에 달했다. 그 이유로는 ‘더 나은 곳으로 취업하기 위해(68.7%)’가 가장 많았고 직무·적성 불일치(35%), 낮은 연봉(32.2%)의 순이었다. 올해 8월 1.9%까지 떨어진 실업률은 장기실업자들이 결국 구직조차 포기하게 된 ‘실망 노동자 효과(경기가 침체하면서 발생하는 수요 부족으로 인해 늘어난 구직 활동 포기 실업자들이 비경제활동인구로 포함되면서 실업률을 하락시키는 효과)’ 탓도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들이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서 구직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고용효과가 높은 내수산업을 키우는 것과 함께 장기실업자와 일손이 달리는 기업을 연결해 ‘일자리 미스매치(Mismatch │ 엇박자)’와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으로 갈리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문제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시급한 선결과제다. 실제로 대학 졸업 후 정부가 운영하는 폴리텍대 등에 재입학해 자발적으로 기술을 배우는 청년들도 늘어나고 있다. 청년들의 구직 의욕을 되살리기 위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인센티브(Incentive)’를 더욱더 강화해 나가야만 한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0월 1일 발표한 ‘2024년 9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대비 7.5% 증가한 587억 7,000만 달러를 기록했고, 수입은 2.2% 증가한 521억 2,000만 달러를 기록함에 따라, 무역수지는 66억 6,000만 달러의 흑자를 거뒀다. 이는 역대 9월 중 1위인 동시에 올해 최대 실적인 데다, 12개월 연속 플러스 흐름을 이어갔다. 특히, 9월 일 평균 수출은 사상 최대실적인 29억 4,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러한 호조세가 연말까지 이어져 올해 역대 최대 수출실적을 기대해 본다. 하지만, 이러한 수출 등대 효과가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까진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한국 수출의 견인차인 반도체 산업의 취업유발계수(10억 원어치를 생산할 때 필요한 직간접 취업자 수)는 2.1명으로 전체 산업의 10.1명의 5분의 1 수준이었다. 수출 외바퀴 성장으로는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는 당연히 역부족이다. 서비스·금융·정보통신·의료 등 내수산업의 볼륨을 키우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노력이 수반돼야만 청년 실업을 치유할 토대가 구축된다는 것을 각별 유념해야만 할 것이다.

이렇듯이 수출 현장은 뜨겁게 달아오르는데 반면, 국내에서는 제대로 된 일자리가 부족해서 구직자들이 방황한다는 건 정상적인 경제구조라 할 수 없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9월 8일 ‘수출 호조, 내수 부진의 경기 양극화’를 한국경제의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는데 정부는 이러한 지적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대처해야만 할 것이다. 지난 2분기 수출은 전 분기 대비 1.2% 성장했지만, 민간 소비(-0.2%)와 건설투자(-1.7%), 설비투자(-1.2%) 등 내수 부문이 감소세를 보여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0.2% 역성장했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수출 경기 호조가 이어지고는 있지만, 내수 시장 수요가 부진한 모습으로 이에 따른 양극화가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수출과 내수의 선순환 구조가 이뤄지려면 기업의 성장잠재력 확보와 고용 창출이 맞물려 가야만 한다. 규제 완화, 세제 혜택 등 기업친화적 투자 환경 조성 노력이 선행돼야만 하는 이유다. 대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늘리게끔 해줘야 제조업이 활력을 찾을 수 있고 고용도 늘어난다는 건 당연한 일이다. 초연결·초융합·초집중의 ‘트랜스포머 어텐션(Transformer attention)’ 패러다임을 접하는 5차 산업혁명이 가시권에 들어온 시대에 고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혁신과 고부가가치 창출에 대한 지원에도 소홀함이 없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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