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칼럼) 전례 없는 환율 급등, 금리 인하 압박은 원화 가치만 하락 초래

칼럼 / 편집국 / 2024-07-05 14:54:26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
서울 외환시장에서 6월 28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0.8원 오른 1386.6원으로 개장해 이날 10시 5분 매매기준율 기준 1,387.6원에 거래되다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잠정치를 상회하면서 환율 상승 압력이 다소 커졌지만, 국내 수출업체들이 달러를 대거 매도하면서 환율이 전 거래일보다 9.1원 내린 1376.7원에 마감했다. 하지만 전날까지만 해도 환율은 역외 환율을 반영해 지난 6월 26일 거래일 종가보다 5.7원 오른 1394.4원으로 지난 6월 27일 개장한 직후 1,395원까지 터치했다.

이후 환율은 점차 상승 폭을 줄여 6월 27일 오후 1시 46분께 내림세로 돌아섰다. 지난 4월 16일 1,400원으로 연고점을 찍은 이후 두 달여 만에 최고치다. 환율 상승의 가장 큰 요인인 달러화 강세 현상이 한동안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여 1,400원 돌파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환율이 1,400원 선을 넘은 건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2022년 코로나19 위기 등 한국 경제가 감당하기 힘든 대외적 충격에 휩싸였을 때뿐이었다. 지금처럼 정상적인 상황에서 환율이 급등한 건 전례를 찾을 수 없다.

올해 환율 상승은 기본적으로 글로벌 강달러의 영향이 가장 컸다고 볼 수 있다. 지금 미국의 기준금리(5∼5.5%)는 우리나라(3.5%)는 물론 대부분의 나라보다 높다. 이자가 높은 나라의 통화는 수요도 클 수밖에 없다. 더구나 미국 경제는 이런 고금리에도 강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연일 최고가 행진인 증시도 ‘달러만큼 안전한 자산은 없다’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그러나 원화는 엔화와 달리 강세를 보였다. 국내 수출업체를 중심으로 달러 매도 물량이 대거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국내 업체들은 반기 말을 앞두고 그간 물품 대금으로 받은 달러화를 원화로 바꾸기 위해 달러 매도 물량을 쏟아냈다. 오후 들어 물량 대부분이 소진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낮아졌다.

또한 외국인과 기관이 국내 주식을 매수하면서 원화 수요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줬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13.76p(0.49%) 오른 2797.82에 거래를 마쳤다. 전장보다 8.73포인트 오른 2792.79로 출발해 등락을 거듭하다가 상승 마감했다. 6월 28일 오후 3시 30분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855.60에 거래됐다. 한편 6월 28일 달러 당 엔화 환율이 161엔을 돌파했다. 일본 버블경제가 한창이던 1986년 12월 이후 37년6개월 만에 최고치다. 이처럼 달러 가치의 나 홀로 독주에 1,400원을 위협하던 원·달러 환율은 상반기 마지막 날 매매기준율 기준 1,382원으로 떨어지는 등 널을 뛰고 있다. ‘킹(King) 달러’와 ‘초(超) 엔저’의 협공 속에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이 위태로운 안개 속을 걷고 있는 상황이다.

엔·달러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160엔을 넘어선 것은 지난 4월 이후 두 달 만으로 일본 당국이 9조 7,000억 엔어치의 달러를 푸는 등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하고 나섰지만 두 달 만에 수포가 된 셈이다. 미국이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며 금리 인하 가능성이 옅어진 영향이 컸다. 시장 일각에선 엔·달러 환율이 170엔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엔화 약세가 장기화하는 것은 한국 경제로서는 반갑지 않다. 일본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한국 수출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서다. 특히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자동차·철강 등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어서다. 일본 관광의 증가로 여행 수지 적자도 더 커질 수 있다. 무엇보다도 최근 들어 엔화와 원화의 동조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어 엔화 가치의 하락은 오히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국내 소비자 물가가 오르고, 기업의 원가 부담이 커지는 부작용이 더 커질 우려 때문이다.

최근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고환율 때문에 내수 회복으로 이어지지 못해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은 가운데 한국은행을 향해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나선 것은 환율 상승만 더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만 키우는 우(愚)이자 치둔(癡鈍)이 될까 두렵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6월 17일 한 방송에 출연해 근원물가가 2%대라는 점을 언급하며 “근원물가 상승률이 안정되는 등 이미 상당 부분 금리를 인하할 환경이 됐다”라고 강조했다. 여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 6월 17일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당과 정부가 나서야 한다”라고 언급하며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가 이어지고 있다”라고 힘을 보탰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내수 진작을 위한 선제적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보고서를 발간해 이를 거들고 있다. 한국은행으로서는 당혹스러움이 역력해 보인다. 한국은행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일 것이다. 시장에선 금리 인하가 앞당겨질 것이란 관측이 커졌다. 결국 원화 가치 하락을 막아야 할 정부와 여당이 원화 가치를 더 떨어뜨린 셈이 됐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의 정치적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 불안 요인도 심상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일각에서 한국은행을 향해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것은 환율 불안을 부추길 수 있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따라서 지금은 ‘킹(King) 달러’의 환율을 안정시키고 ‘초(超) 엔저’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국가정책 역량을 최우선으로 투입해야 할 때다. 이렇듯 변동성이 커진 환율은 섣부른 금리 인하가 가져올 후폭풍이 얼마나 클지 미리 보여준다. 금리를 너무 빨리 인하할 경우 환율은 더 치솟고 물가 등 민생 경제 전반이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91%로 0.02%포인트 떨어지며 7개월 연속 하락세다. 주요 시중은행의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2.9∼5.4%다. 무엇보다도 가계부채가 매달 수조 원씩 늘고 있는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지난해 가계·기업·정부 부채 총액(매크로 레버리지)이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2.5배를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은 들썩이고 고물가는 여전히 높기만 하다. 한국은행이 금리인상에 실기한 결과란 지적도 적잖아 보인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은행에 금리 인하를 압박할 때가 결단코 아니다. 미국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 연준)의 독립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한국은행도 독립성을 갖고 정치권 눈치 보지 말고 제 할 일을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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