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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지난 6월 28일 발표한 ‘2024년 5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항목별로 성한 곳이 손에 꼽을 정도로 온통 상처투성이다. 지난달 전(全)산업 생산지수(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는 113.1(2020년=100)로 전월보다 0.7% 감소했다. 전산업 생산지수는 지난 3월 2.3% 줄어든 뒤 4월에 1.2% 반등했으나 한 달 만에 다시 줄었다. 부문별로 보면 광공업에서 1.2% 감소했다. 광공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제조업 생산이 1.1% 줄었다. 반도체는 호조세가 이어지며 생산이 1.8% 늘어 지난 2월 이후 3개월 만에 반등했지만, 서비스업 생산도 0.5% 감소한 데 이어 기계장비(-4.4%), 자동차(-3.1%), 1차금속(-4.6%) 등에서 생산이 줄었다.
내수 부진에 따른 소비 부문도 참담하다. 소매 판매는 0.2% 줄어 지난해 3∼4월 이후 1년여 만에 두 달 연속 감소했다. 의복·화장품 등 준내구재(-2.9%) 판매 감소 영향이 컸다.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0.7%)와 승용차 등 내구재(0.1%)는 늘었다. 소비 흐름을 엿볼 수 있는 서비스업 생산과 소매판매가 동반 감소한 것은 작년 4월 이후 1년 1개월 만이다. 건설 경기 부진에 따른 투자 지표도 우려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설비투자는 4.1% 줄어 석 달째 감소했다. 운송장비(-12.3%)와 기계류(-1.0%) 등에서 투자가 줄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부동산 경기 부진과 고금리, 인건비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건설수주가 전 년 대비 35.4% 급감했다. 건설 수주는 1∼2년 뒤 실적을 결정하는 지표라는 점에서 당분간 반등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더욱 걱정스럽다.
이렇듯 생산지수가 전월보다 0.7% 감소하고, 소매 판매는 0.2% 줄어들었으며, 설비투자마저 4.1% 줄어드는 등 올 초부터 번갈아 가며 경기 회복을 이끌어온 생산·소비·투자가 일제히 뒷걸음질 친 데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현재 경기를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98.8)는 전월보다 0.6포인트 하락했다. 낙폭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5월 이후 48개월 만에 가장 크다. 향후 6개월 후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100.5로 전월보다 0.1포인트 내렸다. 내수 부진은 기업의 투자 의지를 위축시켜 생산 마저 끌어내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3대 지표 악화는 그간 이어온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영향이 크다.
게다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수 펑크 규모가 클 것으로 내다보여지면서 우려를 더 한다. 1~5월 국세 수입은 151조 원으로 전 년 동기 대비 9조 1,000억 원 줄었다. 법인세 수입이 15조 3,000억 원이나 급감해서다. 그나마 부가가치세와 소득세가 늘며 세수 결손 폭을 줄였지만, 기업들의 실적 악화로 인해 법인 세수 자체가 줄어든 데다 법인세 신고를 하고도 당장 현금이 부족해 이를 내지 못하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65조 원의 세수 부족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세수 펑크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민간 경기가 부진하면 재정정책을 통해 경제 활력을 끌어 올려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경기 조절을 위한 재정 운용의 폭도 거의 없는 셈이어서 더욱 당혹스럽다.
한국은행은 물가상승 우려 때문에 고금리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 3%대에 머무르고 있어 한국은행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른바 ‘장바구니 물가’로 불리는 생활물가지수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기는 마찬가지여서 서민 생계를 더욱 옥죄고 있다. 고금리·고물가로 단기적인 내수 반등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일 뿐만 아니라 기업도 어렵긴 매 마찬가지다. ‘킹 달러’로 불리는 달러 강세 속에서 환율 변동성이 기업에 큰 위협이다. 올해 들어 7%가량 오르면서 연고점인 1,400원 선을 위협하는 원·달러 환율은 기업의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자금 조달을 더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전산업 생산은 보합 수준에 있고 견조한 수출 호조세로 수출과 제조업 중심의 경기 회복 기조는 지속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시장 불안을 고려한 진단이겠지만, 다소 안이한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돌다리도 두들겨 가야 하듯이 만사 불여튼튼이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반추해야 한다.
부동산 구조조정,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스트레스 테스트 등이 본격화되면 내수의 추가 위축은 불가피하다. 정부는 또 중산층의 과도한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종합부동산세·상속세 등의 개편에 나설 예정이어서 내년 세수도 더 빠듯해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정부 지출의 옥석 가리기가 절실한 대목이다. 우선 비생산적인 퍼주기 선심 정책은 과감히 걸러내고 긴축해야만 한다. 대신 경제 체질 개선을 통해 국가 전체의 생산성을 올릴 수 있는 방향으로 합리적인 세제 개편 및 재정 지출을 축소해야만 한다.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은 촘촘하고 두텁게 강화하되 불요불급(不要不急)한 분야에선 허리띠를 졸라매고 내핍과 고통 분담을 할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각 경제 주체들의 비상한 각오와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두고 가용 가능한 모든 정책을 총동원해 경기 침체로 전이되는 것만은 결단코 막아야 한다. 세수 부족으로 인해 확장적 재정정책은 어렵더라도 예산의 효율적 편성과 집행을 통해 내수 진작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재정 역할은 한계가 있는 만큼 불합리한 규제 혁파와 친시장 정책을 통해 기업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다. 국회도 말로만 ‘민생’을 외쳐댈 게 아니라 여야 대립과 정쟁을 접고 경제살리기에 팔을 걷어붙이는 용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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