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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된 추경안은 정부가 전 국민에게 15만~55만 원을 지급하기 위해 추진하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원 예산을 더 늘리는 내용이 포함됐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의를 거치면서 전 국민 대상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예산이 당초 10조 3,000억 원에서 1조 8,000억 원 늘어나고 대통령실 등 4개 기관 특수활동비가 105억 원 증액됐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에서 민주당이 전액 삭감했던 대통령실 특활비 증액에 강력히 반발해 표결에 불참했다. 정부안은 소비쿠폰 발행에 소요되는 재원을 중앙정부 80%, 지방정부 20%씩 부담하도록 했다. 민주당은 비수도권 지방정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약 1조 8,000억 원을 중앙정부가 더 부담하도록 했다. 또한, 비수도권과 인구 소멸 지역 주민들에게 1인당 3만~5만 원을 추가 지원하기 위해 약 6,000억 원을 추가로 반영했다. 대통령실을 비롯해 법무부·감사원·경찰청 특활비는 105억 원이 증액 반영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31조 8,000억 원 규모의 이재명 정부 첫 추경안이 통과됨에 따라 이재명 대통령은 바로 다음 날인 지난 7월 5일 국무회의를 열고 이를 심의·의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토요일 국무회의를 전격 소집한 것은 경기 회복이 시급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하루라도 빨리 추경안을 집행해 소비 진작 정책은 물론 취약계층 지원을 시작하겠다는 의지의 발로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새로운 정부의 첫 추경인데 이번 추경은 매우 어려운 국민 경제 상황을 고려해 긴급하게 편성한 추경이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집행돼 현장에서 국민의 삶에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해서 갑자기 (국무회의를) 열게 됐다”라며 “최대한 신속하게 집행될 수 있도록 각 관련 부처에서 최선을 다해달라”라고 당부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행정안전부로부터 민생회복 소비쿠폰 집행 계획을 보고받고 “지급 과정에서 혼선이 발생하지 않게 실무적으로 잘 챙겨달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로써 이르면 오는 7월 21일부터 1인당 최고 55만 원까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이 시작될 전망이다.
한편, 지난 7월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는 이재명정부 출범 후 첫 고위당정협의회도 열렸다. 정부와 여당은 31조 8,000억 원 규모의 2차 추경안을 최대한 신속히 집행하고, 심상찮은 소비자물가에 대해서도 총력 대응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박상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고위당정협의회 후 브리핑에서 “정부는 집행관리대상 예산(추경)의 85%를 9월 말까지 집행하겠다고 했다”라며 “당은 경기 회복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최대한 빠른 예산 집행을 정부에 요청했다”라고 밝혔다. 경기진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이 국무회의 의결까지 완료되면서 본격 집행 절차를 속도감 있게 밟기 시작했다. 이번 추경에 대한 야당인 국민의힘의 거센 반발이 있었지만, 행정절차를 밟은 이상 이젠 추경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총 매진해야 할 때다.
경기 침체를 막고 민생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긴급 재정을 동원해서라도 급한 불을 신속히 끌 필요가 있다. 논란 속에 편성된 2차 추경이 민생회복의 실질적 마중물이 되고 경제 선순환을 복원하는 효과를 내려면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내수 활성화의 물꼬를 트면서도 물가 상승을 부추기지 않도록 정부가 정교한 관리에 나서야만 한다. 무엇보다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이 장기화하면서 자영업자·소상공인의 폐업이 증가하고 있다. 소득은 늘지 않는데 물가는 올라 가계의 주머니 사정이 나빠진 탓이기도 하다. 이재명 정부가 오는 21일부터 1인당 최대 55만 원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기로 한 것은 가뜩이나 위축된 내수를 서둘러 살리기 위한 것이다. 이번 조치가 소비심리 회복의 마중물이 되고 빈사 상태에 빠진 자영업이 회생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지난 7월 6일 국세청 국세통계를 보면, 지난해 개인·법인을 포함해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는 100만 8,282명에 이른다. 1995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처음으로 100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폐업률은 9.04%로 2020년 코로나 19 팬데믹(9.38%) 이후 최고치였다. 소매업과 음식점업이 전체 폐업자의 절반에 가까웠다. 고금리와 고물가, 내수 침체가 겹치며 장사할수록 빚만 늘어나는 자영업자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특히 내수 업종에서 폐업이 크게 늘었다. 전체 52개 업종 중 소매업 폐업률이 29.7%로 가장 높았고, 이어 음식점업(15.2%), 부동산업(11.1%), 도매 및 상품중개업(7.1%) 순이었다. 내수 침체로 자영업자들이 폐업에 내몰리는 현상은 올해도 달라지지 않았다. 커피전문점이나 편의점 등 진입 문턱이 비교적 낮아 창업이 활발했던 업종에서도 폐업이 늘었다. 오랜 내수 한파 탓에 벼랑 끝으로 내몰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고단한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설상가상(雪上加霜) 지난해 12·3 불법 계엄과 미국발 관세전쟁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 지내고 있다는 방증(傍證)이다.
우리 사회는 40·50대 조기 퇴직자가 빚을 내 생계형 창업에 나섰다가 과당 경쟁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는 구조에 놓여 있다. 이런 악순환은 땜질식 단방 대책으로는 해결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 빈사 상태로 죽어가는 사람을 죽어가라고 방치(放置)하고 방기(放棄)만 할 수 없다. 마지막 기회를 주는 것에 그치고 이제 정부 정책도 단기 부양책보다 자영업 구조개혁에 초점을 맞춰야만 한다. 문제의 핵심은 자영업자가 지나치게 많다는 데 있다. 한국의 자영업 비율은 20%대로, 미국·일본 등 주요 선진국보다 2~3배 높다. 절반 이상이 50대 이상이며, 954만 명에 달하는 2차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은퇴하면 생계형 창업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자영업 과잉 공급과 수요 부족의 구조적 불균형이 심화할 우려가 크다.
내수 위축으로 민생이 어려워지면 정부가 경기 회복에 적극적으로 나서야만 하는데도 전임 윤석열 정부는 부자 감세로 재정 여력이 바닥나자 복지 예산마저 제대로 쓰지 않았다. 이재명 정부가 추경 편성을 서두른 건 무너진 민생에 대한 위기감에서 출발했다.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민생 예산도 국회 논의를 거치면서 늘었다. ▷영유아 보육료 지원사업(1,131억 원), ▷전기차 보급사업(1,050억 원), ▷발달장애인 지원(249억 원), ▷초중고 예술강사 인건비 국비 지원(49억 원), ▷국산 콩 2만 톤 비축(1,021억 원), ▷수온 변화 대응장비 확충(20억 원), ▷산불 피해 주민 송이 재배 대체작물 조성사업(103억 원), ▷대형 산림헬기 3대 임차(159억 원) 등이 추경안 증액 항목에 포함됐다. 무엇보다 이번 추가경정예산에는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의 7년 이상 연체된 5,000만 원 이하 빚을 탕감하는 지원안 4,000억 원이 반영됐다. 금융 당국은 이와 별도로 7,000억 원이 추가 투입되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채무 조정 프로그램’을 통해 10만여 명의 빚 6조 원에 대해 원금·이자를 감면하는 등 채무를 조정해줄 예정이다. 더 늦기 전에 가계의 소비를 늘리고, 벼랑 끝에 내몰린 자영업자의 숨통을 틔워주는 ‘긴급 처방’인 셈이다.
하지만 올해 국가채무가 사상 처음으로 1,300조 원을 넘어설 정도로 나라 살림이 악화하는 가운데 경제 살리기 효과가 불투명한 현금성 지원이 늘어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거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에 따른 소비 진작 효과는 일회성에 그치는데 반면 시중에 풀린 예산이 물가를 자극해 외려 서민 가계를 압박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거나, 민생회복이나 경제 활성화 등 추경의 목적과는 무관한 대통령실 특활비 증액까지 포함된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거나, 영세 자영업자 부채 탕감, 대출 만기 연장, 전기료·배달료 지원 같은 단기 대책은 영세 업체의 연명만 도울 뿐, 회생이 아닌 파산을 늦출 뿐 구조조정의 타이밍만 놓칠 위험이 크다거나, 특히 정부가 바뀔 때마다 부채 탕감 정책이 반복되며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라는 도덕적 해이만 초래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등 비판의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이러한 우려가 아닌 기우라는 것을 보여주도록 가시적(可視的)인 성과 거양으로 응답해야만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속도감 있게 집행에 총 매진(邁進)해야만 할 것이다.
자영업 붕괴는 개인 문제가 아니라 노동시장 전반의 팽배한 불균형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경고이기도 하다. 정부는 단기 성과에 매달리며 세금만 낭비할 게 아니라 고통이 따르더라도 환골탈태(換骨奪胎)의 구조개혁에 나서야만 한다. 지금 하지 않으면 더 큰 위기로 되돌아올 뿐이다. 중장년층이 무분별하게 자영업에 뛰어들지 않도록 전직 유도 정책을 시행하고 창업 교육보다 재취업을 위한 기술 훈련과 직업 전환 지원에 집중해야만 한다. 자영업 폐업자를 위한 재취업 교육과 구직 지원, 사회안전망 확충도 체계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특히 이번에 지급되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정보통신기술에 접근하기 어려운 계층이나 저소득·금융 취약층에게 빠짐없이 지급되도록 행정력을 총동원해야 한다. 다만,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쓰러진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응급 대책일 뿐 근본 처방이 아니다. 정부는 차제에 자영업 과잉 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체계적인 출구전략을 서둘러 만들 필요가 있다. 꺼져가는 성장동력을 되살리고 경제 구조개혁의 청사진을 마련할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각별 명심하고 잊지 말아야만 한다. 부디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빈사 상태의 자영업 회생의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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