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칼럼] 매년 반복 ‘물 폭탄’ 인명사고, 기후변화 적응 재난관리체계 구축 시급

칼럼 / 편집국 / 2025-07-25 14:03:23
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전, 소방준감)
해마다 ‘물 폭탄’이 고귀한 인명을 앗아가는 참사가 되풀이 반복되고 있어 안타깝기 한이 없다. 시간당 최대 강수량이 100㎜를 넘어서는 ‘재앙급' ‘물 폭탄’이 ‘괴물 폭우’로 쏟아지는 ‘극한 호우’가 이젠 ‘뉴노멀(New Normal │ 새로운 표준)’로 일상이 된 상황이다. 지난 7월 16일부터 쏟아진 '극한 호우'로 닷새간 17명이 숨지고 11명이 실종됐다. 특히 산사태 피해가 커 경남 산청에서만 경기 가평에서도 폭우로 2명이 숨지고, 4명이 실종돼 소방이 수색작업 및 구조 활동에 사투를 벌이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6일부터 7월 20일 오전 7시까지 내린 누적 강수량은 산청(793.5㎜), 합천(699.0㎜), 하동(621.5㎜), 광양(617.5㎜), 창녕(600.0㎜), 서산(578.3㎜), 담양(552.5㎜), 광주(536.1㎜), 구례(534.0㎜) 등 전국 곳곳에 시간당 50㎜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7월 20일 오후 7시 30분 기준 전국에서 17명이 사망하고 11명이 실종되는 등 총 28명의 인명 피해가 났다. 지역별로 보면 사망자는 광주 북구에서 1명, 경기 오산 1명, 경기 가평 2명, 충남 서산 2명, 충남 당진 1명, 경남 산청 10명이다. 실종자는 광주 북구에서 1명, 경기 가평에서 5명, 경기 포천 1명, 경남 산청에서 4명이 나왔다. 지난 7월 19일 하루에만 283㎜의 비가 쏟아지는 등 기록적 호우가 내린 산청에서 10명이 숨지고 4명이 실종되는 등 인명 피해가 집중됐다. 소방의 구조·구급 작업이 진행 중이어서 인명 피해 현황은 앞으로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시설 피해도 늘어 도로 침수(730건)와 토사 유실(168건), 하천시설 붕괴(401건) 등 공공시설 피해가 1,920건, 건축물 침수(1,853건), 농경지 침수(73건) 등 사유 시설 피해가 2,234건으로 파악됐다. 이번 ‘극한 호우’ 피해로 몸을 피한 주민은 15개 시도, 95개 시군구에서 9,782가구 1만 3,492명이 일시 대피했다. 이 중 1,842가구 2,728명은 임시 주거시설 등에서 머물고 있다. 이번 ‘극한 호우’로 인한 농업 분야 피해는 전날 오후 5시 기준 잠정 집계 결과, 농작물 침수 면적이 총 2만 4,247㏊에 달했다. 이는 여의도 면적(290㏊)의 약 84배, 서울시 면적의 40% 수준이다. 가축 피해도 발생해 소 60두(한우 28두, 젖소 32두), 돼지 829두, 닭 92만 4,900마리, 오리 10만 7,600마리가 폐사하거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기록적인 ‘괴물 폭우’가 한반도를 덮치고 전국을 강타하면서 곳곳이 물바다로 변하면서 피해가 속출했다. 지난 7월 16·17일 이틀간 충남 서산에는 5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200년 만에 한 번 내릴 법한 일일 강수량이라고 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7월 17일 광주 북구 운암동의 하루 강수량이 426.4㎜에 달해 1939년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보통 7월 한 달간 내리는 비(294.2㎜)의 1.45배에 달하는 ‘물 폭탄’이 몇 시간에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당시 광주의 시간당 강수량은 최대 80㎜까지 치솟았다고 한다. 이보다 앞서 피해를 입은 충남 서산시에는 시간당 114.9㎜라는 기록적 폭우가 쏟아지면서 지난 7월 16일부터 18일 오전까지 충남 서산에는 519mm의 비가 내렸고 전남 나주, 충남 홍성에선 400mm 이상의 비가 내렸다. 기상청이 '극한 호우'로 규정한 시간당 강수량 72㎜를 훨씬 웃도는 수치들이다. 문제는 이런 ‘극한 기후’가 해마다 되풀이되며 ‘뉴노멀'이 되고 있음에도, 우리의 대응 시스템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결국, 장기적으로 ‘극한 호우’에 대비하고 침수 사고를 예방하는 인프라에 투자를 계속 늘려가야만 한다. 서울의 하수관거가 시간당 처리할 수 있는 빗물의 양이 최대 75㎜인데, 이번 충남 서산에 쏟아진 비가 서울에 내렸다면 수도 한복판에 대규모 홍수가 났을 수도 있었다는 가정은 충격을 더한다. 시간당 110㎜의 강수량은 ‘100년에 한 번 오는 폭우’라고 하지만, 지금 추세라면 그 빈도가 훨씬 잦아질 게 명약관화(明若觀火)해 보인다. 일반적으로 ‘극한 호우’의 원인은 산업화에 따른 기후위기와 떼놓고 생각하기는 매우 어렵다. 우리의 여름 또한 갈수록 더워지고 길어지는데, 보통 기온이 1℃ 높아질수록 공기가 머금는 습기가 7% 늘어난다고 한다. 예전보다 비구름이 훨씬 더 빠르게 생성되고, 특정 지역에 위협적인 ‘물 폭탄’을 터뜨릴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지난 7월 16일 오후 7시쯤 경기도 오산 가장교차로 고가도로 옹벽이 무너지면서 고가도로 밑을 지나던 차량이 매몰돼 운전자 1명이 숨졌는데 이 또한 인재나 다름없다. 전날 옹벽 붕괴가 우려된다는 주민 신고가 들어왔는데도 오산시가 신속히 대처하지 못한 탓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안이한 대응으로 소중한 목숨을 잃는 치둔(癡鈍)의 우(愚)는 더는 반복돼선 안 된다. 기후변화로 갈수록 극단화되는 기상 상태가 매년 수해로 이어지는 사태에 철저히 대비해야만 한다. 지금이라도 행정 역량을 총동원해 선제·적극적으로 대응해야만 할 것이다. 특히 반지하 주택이나 독거민 거주지, 범람이나 산사태 우려가 있는 취약 지역은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수해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이 신속하게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충분한 복구 대책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월 20일 ‘극한 호우’ 피해 지역의 조속한 특별재난지역 선포 추진을 지시했다. 예상치 못한 재난에 망연자실해 있을 피해자들이 재기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다. 침수로 인한 전염병, 농축산물 가격 폭등 등 2차 피해를 막는 데도 총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인프라 확충에 비용과 시간이 든다는 점을 감안해서, 일단은 방재 관련 경계심을 높이는 것이 피해 방지를 위해 필수적이다. 전국 대부분의 배수·저류 시설이 30년 또는 50년 빈도 강우량을 기준으로 설계됐는데 이미 그 예측을 넘어선 비가 내리고 있다. 지난해 3월 감사원은 기온 상승 등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적용했더니 “2004년 설계 기준에 맞춰 지어진 댐은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하고, 교량 역시 물에 잠길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홍수 방어 인프라 기준을 다시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극한 기후가 이제 일상이 된 만큼 이를 대비할 수 있는 방재 시스템을 갖추는 데 속도를 내야 한다. 무엇보다 안전 관련 신고가 접수되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철저하게 사람을 대피시키고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 점검을 거듭해야만 한다. 계속 신고를 무시하다가 14명의 목숨을 잃은 2023년 오송 지하차도 침수의 뼈아픈 비극을 반면교사(半面敎師)로 삼아 더는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해마다 집중호우로 하천이 범람하고 있는데도 평소 예산 타령을 하며 사전 정비엔 좌고우면(左顧右眄)하며 미적대다가 피해 발생 후 부랴부랴 복구에 나서는 게 다반사였음을 반추하며 경각심을 가져야만 한다. 산사태와 침수, 붕괴 등이 우려되는 취약시설 점검도 보통 장마를 코앞에 두고 뒤늦게 나서다 보니 ‘땜질 처방’의 미봉책(彌縫策)에 그치는 실정이다. 이제는 ‘극한 기후’를 전제로 재난대응 시스템 전반을 서둘러 재설계해야만 한다. 배수 시스템, 저지대 침수방지 설비, 도시 내 물길 확보 등 물 순환 구조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차제에 하천 범람을 막기 위한 유역 단위 치수 대책과 산사태, 급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산림·사면 관리도 병행돼야만 한다. 기후위기는 미래가 아니라 눈앞에 닥친 현실이다. 인프라 확충을 통해 대응 속도를 높이는 것만이 재난을 막고 국민 생명을 지키는 첩경이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에 과잉 대응이란 없다. 지나침이 과하지 않다는 ‘가외성(加外性 │ Redundancy)’을 갖고 과하다 싶을 정도로 모든 준비는 초과분 또는 잉여분을 내포하되 중복성과 중첩성을 인정하고 사전에 철저히 대비해야만 한다. 어떤 자연재해라도 미리 대비하고 잘 대처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호우 피해도 상당 부분은 소홀한 대응에서 발생하는 ‘인재’가 대부분이다. 특히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선제적 대응에 만전을 기해야만 할 것이다.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조기경보 시스템 구축, 기상청의 강수 예보 정확도 제고 역시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한발 앞선 예측과 한 차원 높은 선제 대응으로 기후변화 적응 재난관리체계 조기 구축으로 재난대응 역량을 최대한 강화해 나가야만 한다. 일찍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Napoleon Bonapart)’는 “우리가 어느 날 마주친 재난은 우리가 소홀히 보낸 지난 시간의 보복이다.”라고 말했고, ‘요한 크리스토프 프리드리히 폰 실러(Johann Christoph Friedrich von Schiller)’는 “가장 큰 죄는 무관심이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구조적 위험을 알면서도 방관(傍觀)하고 방치(放置)하며 방기(放棄)하는 행태야말로 사회가 짊어져야 할 가장 엄중한 책임을 방임(放任)하는 해악(害惡)이다. “준비에 실패하는 것은 실패를 준비하는 것이다(By failing to prepare, you are preparing to fail)”란 ‘벤자민 플랭클린(Benjamin Franklin)’의 선각(先覺)을 떠 올리고, 곡돌사신(曲突徙薪)의 심정으로 거안사위(居安思危)와 초윤장산(礎潤張傘)의 지혜 그리고 유비무환(有備無患)과 상두주무(桑土綢繆)의 혜안으로 해마다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물난리’만은 막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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