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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Community)를 통해 마약을 손쉽게 구매하고, 해외에서 택배로 받는 방식이 활개를 치고 있다는 데 있다. 마치 온라인 쇼핑하듯 익숙한 방식으로 마약을 접하게 되면서, 청소년들이 죄의식 없이 마약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다. 단속 강화 등 특단(特段)의 대책이 절실하다. 실제로 특송 물품·국제우편을 통한 마약류 반입이 증가추세(趨勢)에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직구를 통한 수입은 1억 8천만 건으로, 2년 사이 88%나 급증했다. 이에 따라 특송 물품·국제우편을 통한 마약류 등 불법 물품 반입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특송 화물·국제우편을 이용한 마약류 적발 건수는 655건으로, 전년 대비 25.6%나 늘어났다. 해외 직구가 마약 유통 경로로 빠른 속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용자가 대부분 10대 청소년이라는 데 심각성이 크다. 대검찰청 ‘2024 마약류 범죄 백서’의 연령별 단속 현황에 따르면, 2030세대가 2023년 전체 마약류 사범 중 60.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10대 마약류 사범은 2022년 481명에서 2023년 1,477명으로 207.1%나 급증했다. 인터넷과 SNS에 익숙한 청년층일수록 마약 접근성이 쉽다는 방증(傍證)이다. 해외 직구와 SNS 활성화로 마약류에 대한 정보가 10∼20대 사이에서 쉽게 공유되고, 마약류에 처음 노출되는 연령대도 점차 낮아지고 있는 것은 큰 사회적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난 9월 2일에는 해외 직구로 들여온 마약으로 ‘환각 파티’까지 연 대학생·고교생 등 3명이 부산본부세관에 적발되기도 했다.
특히 ‘신종 환각 놀이’인 이른바 ‘오디(OD │ Over Dose │ 환각성 의약품 과다복용)’가 10·20대 사이에서 급격히 퍼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단체 채팅방에서는 환각성 의약품 밀수 방법과 복용법까지 공유하며, 실제로 마약 파티까지 벌어진 정황이 확인된 것이다. 부산본부세관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20대 2명과 10대 1명을 불구속 송치했는데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일본 등 해외에서 출발한 국제우편에 마약성 의약품을 은닉해 17차례에 걸쳐 2,188정을 밀반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분말화해 흡입하거나 식품과 혼합 복용하는 방법, 술과 함께 다량 복용하는 ‘환각 파티’를 벌이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는 해외 직구를 통한 마약 거래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하루빨리 구축해야만 한다. 또한 청소년들이 마약의 위험성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학교와 가정에서 마약 예방 교육을 철저히 진행해야만 한다. 치료와 재활에도 만전을 기해야만 함은 두말할 나위조차 없다.
또한, 자살하려는 의도 없이 자신 신체를 고의적이고 반복적으로 해를 입히는 행위를 의미하는 ‘비(非) 자살적 자해(NSSI │ Non-suicidal Self-Injury)’가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에 따르면 응급실에 내원한 10~19세 자해·자살 시도자는 2018년 4,944명에서 2023년 8,308명으로 68%나 증가했다. 특히 연령대별 자해·자살 시도자 수는 10대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20대에 이어 4년 연속 2위에 올랐다. 치명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일탈 행위 정도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지만 방치하면 결국 자살 고위험군으로 발전하게 된다는 걸 여러 연구 결과가 보여주고 있다. 청소년들의 구조 요청 신호라고 할 수 있는 ‘비(非) 자살적 자해’에 대한 사회의 관심과 대책이 필요하다.
‘비(非) 자살적 자해’ 경험자들은 “죽을 생각은 없었다.”라고 하지만 자해 행위가 자살과 분리될 수 없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나오고 있다. 2020년 한국심리학회지에 실린 ‘비(非) 자살적 자해’ 경험이 있는 300여 명을 분석한 논문에서는 “‘비(非) 자살적 자해’와 습득된 자살 실행력은 자살 행위에 직·간접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고 결론 내렸다. ‘비(非) 자살적 자해’를 경험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자살 시도를 할 확률이 3.46배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청소년들의 자해는 학업 스트레스나 가족 내 갈등, 학교폭력, 아동기 학대나 방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경우가 많아 훈계나 행동 제지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비(非) 자살적 자해’ 청소년의 공통 특징이 사회적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는 것인 만큼 스스로 털어놓고 공감할 수 있는 관계망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또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등 정신 병리적 문제를 보유한 경우가 많아 의료적 개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외로움은 고독이나 소외와는 다른 개념으로 우울과 자살 사고로도 연결돼 미리 발견해 관리해야 하는 부정적 정서다.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문제가 있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지인이 있는지를 물어보는 질문에 대해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했고, 한국 외로움 지수는 80%에 이른다는 보고도 있다.
무엇보다 10대 청소년들의 자해·자살 시도자 중 응급환자 분류(KTAS)에 따른 중증 환자(1·2등급)는 2023년 기준 1,665명으로 20%가량이었다. 나머지 80%는 3~5등급으로 준(準) 응급이거나 비(非) 응급환자에 해당했다. 상대적으로 부상 정도가 약한 ‘비(非) 자살적 자해’로 응급실에 내원하는 10대들이 많다는 걸 보여준다. 특히 자살 의도가 보이지 않는 가벼운 상처라고 해서 ‘비(非) 자살적 자해’를 10대들의 자기 과시나 관심을 끌기 위한 돌출행동으로만 가볍게 여겨서는 결코 아니 된다. 자살의 전 단계로 볼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이들을 병원과 연계해 주는 등의 예방·치료 대책을 적극적으로 세워야만 한다. 당연히 자해·자살 관련 유해 정보를 퍼트리는 SNS 등 온라인 공간에 대한 단속도 강화해야만 할 것이다. 무엇보다 일탈처럼 보이는 청소년들의 행동을 보듬고 품으며 헤아릴 수 있는, 사회의 꾸준한 관심이 절실하다. 미래 세대의 주역인 청소년들의 잇단 탈선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깊은 관심과 근본적 대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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